망한 “PC방” 다짜고짜 인수해서 사장님 된 썰

드디어 처음 매장 인수할 때로부터 3년 다 채워간다. 아, 3년 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래도 내 인생 중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고 그만큼 결과도 따라온 재수 좋은 3년이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끝부분 읽어봐라.  나는 서울 모퉁이에 있는 PC방 운영 중이다.  PC 총 댓수는 62대고 가게 평수는 48평 정도 된다. 평수에 비해서 댓수가 적은데 어쩔 수 없다. 흡연실 엄청 크다.  (요즘은 흡연실 작으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가급적 크게 지어야 담배 피고 나와도 옷에 냄새 덜 배이고 매장 내부에서도 담배 냄새 안난다고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PC방은 [평수 / 2 x 3 ] 하면 최대 PC 댓수가 나온다. 울 매장은 48평이니까 72대까지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흡연실 사이즈를 최소 크기(보통 2평)로 했을 때 이야기고,  울 가게는 흡연실 사이즈만 5평이다.  웬만한 고시원이 3평 좀 넘는 걸 생각하면 엄청 큰거다.  게다가 PC방 자주가는 애들은 알다시피 음식 종류가 많아져서 여러가지 조리기구 넣어야하니 카운터도 커야된다.  커피 기계 / 냉동고 / 라면 조리기 / 사각 얼음 제빙기 / 눈꽃 얼음 제빙기 / 튀김기 / 탄산음료 디스펜서 / 밥솥 / 토스터기 / 심지어 울 가게에는 팝콘 기계도 있다.  생각보다 팝콘 잘 팔린다. 25oz 정도 되는 사각 팝콘통에 담아서 2천원에 파는데 잘 사먹더라. 기계도 저렴하고. 마진은 별로 안남지만 박리다매니까. 손도 별로 안가서 좋아.  원래 이 매장은 망하고 있었던 곳인데 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장사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자리가 절반이다]  이제껏 PC방해보니깐 맞는 말이다. 자리로 절반 먹고 들어가는거다. 그런데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머지 절반은 업주 몫]이 된다.  자리가 정말 초대박 자리가 아닌 한, A- 나 B+ 급 정도의 나름 좋은 자리라 하더라도 업주가 제대로 못하면 망한다.  처음에 난 PC방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PC방 많이 다니긴 다녔고 PC방 알바도 고3 수능 끝나고 처음 해보고 20대 동안 햇수로 5~6년 정도 한 게 전부다.  한 번 배운 도둑질 다시 한다고 PC방 알바로 알바 생활 시작하니깐 계속 PC방 알바만 하게 되더라.  여러 사장님들 접해보고 좋은 부분은 많이 배웠던게 도움이 됐다.  컴퓨터와 게임을 무척 좋아한 건 맞다.  많은 애들이 그러지 않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내 PC를 중고부품으로 조립해 본 경험은 있다.  여튼 이 PC방은 진짜 망해가는 매장이었다. 친구 만나러 갔다가 들린 PC방이었는데 손님 정말 없었다. 토요일 오후 7시 정도면 손님이 적어도 절반은 있어야 하는데  대충 봐도 10명? 15명도 안됐다. PC방 알바로 세월을 보내서 그런가 대충 매출 상태가 짐작이 되더라.  프리스타일2 켰는데 가맹이 안되어있었지만 대충 그냥 했다. 옆 건물에 PC방 하나 더 있는데 거긴 층 수가 높아서 가기 좀 귀찮았기 때문에. (여긴 2층)  게임 잘 안되서 담배 한 대 피러 갔는데 카운터에 앉아있던 사장님(대략 50세 후반)이 담배 피러 들어오셨다.  내가 좀 붙임성이 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잘 대하는 편이라 나도 모르게 [사장님, 손님이 많이 없네요. 토요일 저녁인데 오늘 축구라도 있나요?] 하고 말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장님 진짜 열불 나셨을거 같다ㅋ  그런데 사장님도 마음이 무거웠는지 화는 내지 않으시고 [그러게요. 아 요즘 정말 없네요.] 이러시더라.  이렇게 대화를 시작해서 나도 뭐 이제까지 PC방 알바했던 이야기, 게임 이야기도 좀 하고 사장님도 가게 형편에 대한 이야기 조금씩 하고.  카운터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둘이서 흡연실에서 담배 3대를 줄담배로 빨았다. 사장님이 가게 팔 수만 있으면 팔고 시골 내려가고 싶다고 하셨다.  나중에 친구가 왔다고 해서 컴퓨터 끄고 인사하고 내려와서 보니까 자리가 나쁘진 않은 곳이었다.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주변에 PC방이 2개 더 있다고 했다.  옆건물 5층에 65대, 50m 떨어진 건물 지하에 70대 정도.  5층에 있는 건 개업한지 5년쯤 됐고 지하에 있는 건 개업한지 6개월 쯤 됐다고 했다. (내가 간 곳은 2년 6개월)  그 외의 다른 PC방은 걸어서 20분 거리에 대형 180대짜리가 하나 있는데 거긴 개업 1년 약간 넘고 가격이 좀 싸다고 알려줬다. (여긴 유료겜비 차감 없고 시간당 천원)  친구랑 걸으면서 둘러보니까 아파트 단지가 바로 붙어있고 주변에 고등학교 3개, 중학교 1개가 있는 곳이라 이정도 자리면 괜찮지 않나 싶었다.  친구랑 밥 먹고 술 먹고 난 후에 근처에 있는 5층 PC방하고 지하 PC방을 가봤다. 5층 매장은 오래된 인테리어에 PC사양은 샌디2500 / GTX660 이었고  지하 PC방은 스카이 6400 / GTX 960 이었다. 멀리 있다는 대형은 친구가 알려줬는데 그래픽카드는 GTX760 이라고 했다. (나중에 가서 보니까 CPU는 하스웰4670)  지하 PC방은 새벽 1시인데도 반 넘게 차있었다. 5층은 뭐 대략 10명 정도….  그리고나서 다시 먼저 갔던 2층 PC방을 갔는데 사양을 확인해보니까 하스웰 i3-4150 / GTX 560Ti … 손님 3명. 새벽 2시 약간 안됐는데…  (프랜차이즈 로X스 였는데 지금은 프차 본사가 망한 것 같다. 홈페이지도 없네. 오픈을 2014년 쯤 했다니깐 GTX560Ti 넣은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좀 심했더라.  이게 말로 듣던 프차의 눈탱이인가 싶기도 하고….)  주말 야간하는 알바생에게 들으니 사장 안사람 분께서 몸이 갑자기 안좋아져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고 했다.  지하 PC방이 새로 생긴 이후로 손님이 많이 빠져서 알바들 내보내고 평일에 사장 부부 내외가 거의 하루종일 가게를 봤는데 그 때문에 무리가 온 건지 입원하셨다고.  다음 날 일요일 정오 쯤에 다시 갔더니 사장님이 있어서 함께 흡연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했다. 얼마 정도에 파실꺼냐고.  밤새 고민을 해봤는데 이정도 자리면 약간 손 좀 보고 내가 몸으로 최대한 뛰면서 운영하면 그래도 월 200만원은 벌겠다 하고 계산이 섰었다.  월 200만원이면 그래도 할만한거 아닌가 싶어서. (그 전까지 힘든 일 여러가지 많이 해봤다. 세후 160만원 넘게 받아본 적이 없다 ㅠㅠ)  그랬더니 사장님이 잠깐 생각하시더니 3천만원이면 팔겠다, 대신 이 가게 보증금이 현재 2천만원 박혀있으니 총 5천만원은 필요할거다 – 했다.  내가 통장에 35살까지 살면서 모아둔 돈이 2천만원 있었는데 나머지 3천만원을 어찌해야 하나 그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  그래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인사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 길로 어머니를 뵈러 갔다. 돈 빌리려고? 아니 보증인 세울려고 ㅡㅡ;  월요일에 어머니 모시고 함께 가서 사장님을 뵀다. 그리고 다짜고짜 [사장님 제가 모아놓은 돈이 2천만원 있는데 이걸로 보증금 빼서 가져가는 걸로 하시고  나머지 3천만원은 제가 여기 인수해서 돈 벌어 갚겠습니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황당하지만 그땐 그게 나에겐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본다.  참고로 울 어머니께선 교사셨다. 교원증 보여드리고 근무하는 학교 어디어디라고 확인시켜드리고 제가 못 갚으면 저희 어머니께서 도와주실꺼다 했다.  (사실 우리집에 빚이 좀 많았다. 아버지께서 사기를 크게 당한 적이 있어서 빚만 5억 정도 있었는데 그걸 갚는 중이라 많이 힘든 상태였다ㅠㅠ)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아마 우리 어머니께서도 3천만원 갚아주기 힘드셨을꺼다…한마디로 사기라면 사기치려고 한거나 똑같다. 그래도 그땐 뭔가 될거 같은 느낌이 있어서  … 망한 “PC방” 다짜고짜 인수해서 사장님 된 썰 계속 읽기